2010년 7월 3일, 고속버스 한 대가 인천대교 요금소 부근에서
도로 옆 4m 아래로 추락했습니다.
이 버스는 경북 포항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중이었는데, 고장으로 멈춰 서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가드레일을 뚫고 떨어진 겁니다.
이 사고로 승객 가운데 14명이 숨졌고 10명이 다쳤습니다. 승객 일부는 내릴 준비를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.
가드레일(방호 울타리)은 사고가 나더라도 차량이 길 밖이나 반대편 차로로 이탈하는 걸 막아줘야 합니다. 그러려면 '지주'가 땅에 단단히 박혀 강성과 수평 지지력을 가져야 하고, 차량과 직접 부딪히는 가로로 긴 형태의 '보' 역시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하죠.
이와 함께 어디에 설치되느냐에 따라 안전기준도 다릅니다. 평지에 설치된 가드레일보다는 비탈면에 설치되는 가드레일의 기준이 더 까다롭습니다.
하지만 당시 사고 사진을 보면, 가드레일은 이런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.
사고 현장의 가드레일. 당시 〈KBS 뉴스 화면〉
■ 2011년 감사원 감사 → 2012년 국토부 안전기준 개정
감사에 나선 감사원은 2011년 이런 부분들을 지적했습니다.
기존 가드레일의 89%는 성능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, 천 400여 곳은 보강 방안도 없이 설계돼 있어 같은 추락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.
또 가드레일은 통상 비탈면에 설치되는데 사전 충돌시험은 주로 일반 평지에서 실시돼, 실제 충돌에 견디는 비율이 시험 값의 69%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.
감사원은 이런 의견을 종합해 가드레일의 성능과 바닥 설치기준을 강화하라고 국토교통부에 통보했습니다.
이후 국토교통부는 2012년 도로안전지침, 2013년에 실물충돌시험 업무편람을 각각 개정했습니다.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.
● 주요 내용
- 충돌 시 가드레일은 1m보다 적게 밀려나야
- 가드레일 들이받은 뒤 차량이 길 밖이 아닌 도로 쪽으로 밀려나야
- 차량이 탑승자를 다치게 할 정도로 크게 변형돼선 안 돼
국토교통부는 '평지용 가드레일'이 비탈면에 설치되고 있진 않은지도 점검하라고 각 도로관리청에 통보했습니다.
■ 그런데 왜 '기준 미달' 제품 사용?
그럼 지금은 안전기준이 강화된 '가드레일'을 쓰고 있을까요?
감사원이 지난 2월부터 국토교통부 등 6개 기관을 다시 감사했더니, 문제점이 여전했습니다.
감사원은 2016년부터 7년여 동안 공사 현장에 공급된 3만 4,700건의 가드레일 가운데 28%인 9,734건이 지침 개정 이전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.
인포그래픽 : 권세라
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?
국토교통부는 2013년 이 지침을 개정하면서 3년의 유예기간을 뒀고, 2016년 1월 1일부터는 강화된 새 안전 기준이 가드레일에 적용됐습니다.
하지만 정작 이런 내용을 각 도로관리청에 알리진 않았습니다. 또, 지침이 개정되기 이전의 제품이 등록되지 않게 하려면, 나라장터를 운영하는 조달청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하는데 이런 조치도 없었습니다.
감사원은 이 때문에 가드레일 안전 기준을 강화해 놓고도,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성능을 신뢰할 수 없는 가드레일이 지금까지 설치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.
일례로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등 10개 기관은 3만 6천m에 달하는 비탈면에 '평지용 가드레일'을 구매해 설치한 거로 조사됐습니다. 평지용은 비탈면에 설치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지지력이 약합니다.
감사원은 "이런 경우 차량 충돌 사고가 났을 때 땅의 지지력 부족으로 추락 위험이 증가하는 등 도로 안전이 확보되지 않고, 보강 비용도 추가로 발생할 우려가 있다"고 했습니다.
감사원은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가드레일이 앞으로는 설치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통보했습니다. 조달청장에게도 '기준 미달' 제품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습니다.
[인포그래픽 권세라]
이정은 기자 (2790@kbs.co.kr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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